최근 어머니가 물고기를 몇 마리 가져 오셨다.
그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물고기 따위 얼마 지나지 않으면 죽을 것이 뻔했으니까.
내가 죽기를 원한 것이 아닌 물고기를 기르는데 있어 필요한 도구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을 공기가 있는 콘크리트 건물 안에 넣어놓는다고 해도 며칠 정도는 살아 있겠지만, 그 이후로는 식량이나 여러가지 생활 필수품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다.
그것과 마찬가지다.
물고기도 수초 몇 개와 스킨답서스 조금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기에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사실 상 물고기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5마리의 물고기 중 가장 큰 개체가 갑작스레 변한 환경에 놀라기라도 했는 지, 그릇(어항) 밖으로 탈출을 시도해서 고통스럽게 죽어버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지식이 전무한 상태라 그저 도주하기 위해서 나갔나 싶었다. 하지만 찾아보니 물고기를 기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환경이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염소 때문에 물고기가 피해를 입을 수 있고, 어항에서 필요한 박테리아 등이 정상적으로 번식할 수 없다고 한다. 물은 야외에 있다가 제법 시간이 지난 것을 사용해 물고기가 전멸하는 일은 피했지만, 가장 기본적인 먹이나 여과기 같은 것이 없었다.
필수적인 물품을 구매하다.
결국 물고기의 탈출을 목격한 나는 더 이상 죽게 방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다이소로 직행해 필수적인 물품들을 구매했다.
투명 호스와 여과기, 산소 발생기와 바닥재 등을 구매하니 만원을 넘는 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먼저 여과기를 설치하려 했으나, 어항이 유리형태가 아니므로 정상적으로 설치할 수가 없었다.(직각으로 되어 있는 유리 벽에 고정을 해서 사용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여과기를 물에 넣고은 뒤 호스로 산소발생기와 연결 시켰다.
뽀글뽀글 하는 소리와 함께 죽어있던 물에서 생명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일단 한숨 넘긴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묘하게 재밌었다. 어항을 꾸미고, 그곳에서 활개치며 먹이를 잘 받아먹는 물고기들을 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으니까.
지름신 강림.
이 일을 계기로 어항에 관해서 흥미를 느낀 나는 홧김에 어항을 하나 사버리고 말았다!
산소 발생기는 다이소에서 사면 3천원 정도로 마련할 수 있는데, 바보 같이 함께 사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외에도 부레옥잠, 마리모, 생이 새우에 다슬기, 좀개구리밥 까지 사버렸다.(물고기는 추후에 구매 할 예정이다.) 가난한 대학생인 주제에 56,550원 정도를 홧김에 질러버리고 만 것이다. 당장 통학비에서부터 식비까지.
나를 가로막고 있는 금전적인 문제가 태산인데 말이다.
하지만 질러버린 이상 이제는 잘 키우는 수 밖에 없다. 이제껏 식물이던 물고기든 길러본 적이 없는 나지만.
앞으로 잘 키워볼 수 있도록, 행복한 물생활을 위해 정진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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